꿈꾸는 이유
1. 꿈에 대한 서양과 동양 해석
우리 누구나 꿈을 꾸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꿈을 허황되다고 여기기도 하고, 때로는 꿈의 영험한 일을 경험하여 신비스러움에 놀라고는 한다. 이러한 꿈은 왜 꾸게 되는 것일까? 꿈을 자주 꾼다는 사람도 있고, 또 전혀 꾸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앞서 '꿈이란 무엇인가?'에서 살펴보았지만, 꿈의 추상적이고 불확실한 특성으로 인하여 꿈의 세계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기에 '꿈을 왜 꾸게 되는가?' 등의 꿈의 발현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우리말의 '꿈'이란 말이 다의적으로 쓰이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어떠한 관점이나 입장에서 꿈을 보는가에 따라 그 정의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꿈의 발현에 대한 언급도 꿈의 어떠한 속성을 설명하고 있는가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서양에서 그리스·로마 시대 등 고대인들에게 꿈은 영적인 존재자들의 세계와 관계있는 것으로써 신들이나 귀신들의 고지(知) 계시라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테미도로스의 꿈의 열쇠 (Onirocriticon)』에서도 알 수 있듯이, 꿈의 미래 예지적 기능에 대해서도 관심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동양에서도 『시경(詩經)』, 진사원(陳元)의 점일지(夢逸旨), 유문영의 '꿈의 철학』 등에서 언급되고 있는 꿈의 내용을 통해볼 때, 꿈에 대하여 신비로운 예지적인 성격을 강조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사기 · 삼국유사를 비롯하여 여러 역사서나 개인문집 속에 예지적인 꿈이야기와 꿈속에서 몽중시를 지었다는 창조적인 사유활동으로서의 꿈이야기들이 기록되어 있다.
2. 정신분석과 꿈
근대에 들어와서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등에 의해 잠재적 소망이나 잠재의식 속에서 자신이 생각해 온 것들이 꿈으로 형상화된다고 하는 심층심리의 표현으로서의 꿈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프로이트는 현실 생활 속에서 좌절되고 억압된 욕망들은 무의식이라는 곳에 저장되었다가,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의식의 틈새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꿈이라는 생리적 현상으로 표출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경우, 인간의 잠재의식이 꿈으로 발현될 때는 억압·압축·검열을 거쳐 나타난다고 말하고 있다. 프로이트가 인간 잠재의식의 영역을 발견하고,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적인 수단으로 꿈을 활용한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적인 측면에서만 보려고 할 뿐, 인간의 정신능력 발현에서 이루어지는 미래 예지적인 꿈의 세계나 꿈속에서의 어떠한 창조적인 사유활동, 그리고 경고성을 일깨우는 꿈이 이루어지는 측면에 대한 언급을 간과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꿈에 대한 그의 분석은 정상인보다는 정신과 질환 환자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론이기에, 우리 인간의 영적 능력이 발현된 꿈의 예지적인 기능이 나창조적 사유의 기능에 대한 언급에 소홀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라깡'은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보다 정교하게 정식화시켜 무의식 속에 억압된 욕망의 기제가 언어학적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발견하고, 무의식 속에 축적된 에너지가 창조적이며 구성적인 비유를 이루고, 무의식도 하나의 언어문법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꿈 내용 분석에 있어서 언어학적 관점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 역시 정신분석학 측면에서의 요소가 강할 뿐이어서, 심리적 욕구표출의 작품분석에 나 학문적인 이론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주로 관심을 갖는 미래예지 꿈 사례의 입장에서나 우리 민족의 운명론적 사유 체계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적용될 수 없는 면을 보이고 있다. '카를 구스타프 융은 '프로이트나 라깡과는 달리, 인간의 무의식 속에 인류의 근원적 체험의 원형이 존재한다고 보고, 인간무의식의 집단상징을 언급하고 있다. 각 민족마다 민족적인 원형 심상이 존재하고 그것이 다양한 상징으로 발현된다고 주장하여, 무의식의 세계를 문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집단 무의식의 상징은 각 민족의 신화·종교·꿈의 발현 등에 적용될수 있다. 꿈의 발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성을 띠고 전개되고 있다. 다만, 각 민족성이나 문화적 관습의 차이 ·기질·기타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는 꿈의 전개양상에 대한 관점의 시각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3. 예지적 관점
서구에서 정신분석학적으로 중요시하고 있는 심리적 욕구표출의 꿈도 있지만, 장차 일어날 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지적인 성격의 꿈이 가장 대표적이며, 주변의 위험을 일깨워 주는 꿈, 꿈속에서 발견이나 발명을 하거나 시를 짓는 등의 창조적인 사유활등의 발현으로 이루어지는 꿈의 세계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 예지 꿈, 창조적인 사유활동의 꿈을 꾼다는 것은 우리 인간의 정신능력의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다만, 어떤 사람은 꿈을 잘 꾸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꿈을 못 꾸기도 하는 등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은 개인마다 영적인 정신능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마다 육체적 능력이나 정신적 능력의 차이가 있듯이, 꿈꾸는 영적 능력에도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꿈꾸는 영적 능력도 변화할 수 있다. 달리기 선수가 달리기를 잘하다가 나이 들어 달리기를 잘할 수 없듯이, 꿈꾸는 능력의 발현이 젊은 시절에는 왕성하여 꿈을 잘 꾸다가 노쇠하게 되어 꿈을 잘 꾸지 못하게 될 수가 있다. 또한 꿈을 안 꾸던 사람도 꿈에 관심을 갖게 되면 꿈을 보다 더 잘 꿀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 능력의 발현인 꿈을 꾸는 능력은 나이 남녀 학력 신분에 차이 없이 각 개개인의 정신능력의 차이에 따라 좌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덧붙이자면 유전적인 요소에도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꿈은 우리 신체적으로 가해지는 내·외부의 자극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허준(許浚)은『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꿈을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과 같은 오장(五臟)의 허와 실에 따라 꿈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생리·병리학적인 측면에서 꿈의 발생 원인을 알아내어 질병치료에 이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늘날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의 심적 상태를 가장 잘 알아낼 수 있는 수단으로, 환자의 꿈을 분석하여 치료에 활용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4. 선인들의 관점에서 꿈
선인들은 꿈이 정신에 감응되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효원(南孝溫)은 고순(淳)에게 돌아가신 부친인 중추공(中樞)이 나타나 시를 지어준 것에 대하여 고순(같이 사람의 정신이 곧고 맑은 경우에 이렇게 죽은 조상이 나타나는 계시적인 꿈을 꾸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규보(李奎報) 또한 '임춘)의 묘지명을 써달라고 부탁을 받는 꿈을 꾸었는데, 이것이 다음 날 박환고(죽은 아들에 대한 애도 시를 부탁받는 일古)로부터 로 이루어지자, 죽은 아들의 위로 시를 받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전달되어 자신의 꿈에 나타나게 되었다고 언급하면서, 이러한 꿈을 꾸게 되는 행위에 대하여정신이 감응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남용익 또한 사신으로 일본에 다녀온 것을 적은 『부상일록(扶桑日錄)』에서 임금과 부친을 뵙는 꿈을 꾸고 나서, 자신의 지극한 정성이 꿈으로 발현되었다고 말하고 있는바, 이는 심리 표출의 꿈에 해당하는 견해이다. 또한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황제(黃帝)가 꿈을 꾸고, 풍후(風后)와 역목(牧)의 신하를 얻은 예를 들면서, “대개 옛날 성인은 정신으로 신을 만날 수 있었고, 이것을 잘 사귀어 감응시켜서 이와 같은 일이 있었으니, 이런 이치가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는바, 성인의 꿈꾸는 능력이나 꿈이 정신에 감응되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허균(許)은 해(解)>에서 사람의 상념이나 영(靈)이 맑으면, 잡된 생각이없어져서 장차 다가올 일을 예지해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듯 꿈을 꾸는 사람의 정신세계인 영적 능력이 순수하고 깨끗한 경우, 꿈으로 장차 다가올 일을 예지해 내는 것을 당연시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익(李翼은 <몽감(感)>에서 “무릇 꿈속에서 감응되어 문답하는 것은 그 어떤 상대가 나의 꿈에 들어와서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정신이 사려에 감촉되어 이러한 반복을 일으키는 것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는바, 인간의 정신능력의 발현으로 이루어지는 꿈의 다양한 상징 기법에 대하여 정신능력의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유양 잡죠(酉)』에 “어리석은 자는 꿈이 적다."라는 말이 언급되고 있는바, 이는 꿈은 인간 정신 능력의 발현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정신능력의 활동이 미약한 사람에게는 장차 일어날 일을 예지 해주는 미래 예지 꿈이나 창조적 사유활동의 꿈, 위험을 일깨워 주는 꿈을 꾸는 일이 드문 것을 말하고 있다.
반면에 장자의 말에 "지인(人)은 꿈이 없다."라는 말도 있는바, 도덕적 수행이나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 지인에게는 굳이 꿈을 통하지 않고서라도 현실에서 장차 일어날 일에 대한 예지와 판단을 내릴 수 있기에 굳이 번거롭게 꿈을 꾸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경우, 지인(人)은 깨달음의 경지에 있기에 잡스러운 꿈이나 불안 심리의 심리 표출적인 꿈을 꾸지 않는 것을 말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꿈이 적으면 잘 맞는다.'라는 말이 있는바, 꿈을 적게 꾸는 사람은 장차일어날 아주 중대한 일의 예지일 경우에만 꿈의 능력이 발현되어 꿈을 꾸기 때문에 비교적 꿈의 실현을 알아내기가 쉽다고 볼 수 있다.
꿈 꾸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이나 국가적·사회적 사건까지 꿈을 꾸기에, 꿈의 실현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장차 일어날 일을 예지 해내는 꿈 꾸는 능력에 있어서도 개인별 차이가 있는바, 영적인 정신능력의 여부에 따라 꿈의 발현에 있어 차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조선후기 실학자인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等敎稿)』의 인사(人事篇) 인사류대한 변증설, 악몽 물리치는 법 등이 실려 있다. 그러나 언급이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내용으로 일관되어 있으며, 꿈이 발현되는 데 있어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인들은 꿈을 꾸게 되는 이유가 정신능력에 감응되어 발현된다고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올바른 견해로, 꿈을 꾸는 주체는 우리의 잠재의식인 고도의 정신능력에서 다양하게 발현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불교에서 꿈을 꾸게 되는 것에 관한 글을 인용하여 살펴본다. 불교 유식학(唯識學)에서는 의식(識)을 3단계로 설명한다. 6식(識), 7식(識), 8식(識)이 그것이다. 6식(識)은 지성과 판단력을 의미한다. 식(識)은 에고(ego)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축구공이 머리를 향해 날아오면, 반사적으로 몸을 숙인다.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는 행동은 식(識)에서 나온 것이다. 8식이 가장 깊숙이 들어 있는 근원의식인데, 이 식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우주 전체와 통하는 의식이다. 인간은 누구나 식을 지니고 있으므로, 자기 내면에 미래를 알 수 있는 거울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이 8식(識)에서 영험한 꿈이 나온다.-조용헌의 기행, 미래를 보는 꿈 '선견몽'
우리가 꿈을 꾸게 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어떠한 꿈을 꾸었을 때, 특이한 예지적 꿈의 경우를 제외한 일상의 꿈에 있어서 그 꿈의 의미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 꿈에서 펼쳐지는 일들은 바로 자신의 신성과 같은 정신능력인 잠재의식이 보내는 메시지를 꿈의 상징 기법으로 전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전개양상에 따른 실증사례와 꿈의 상징 기법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와 관심을 지닌다면, 꿈이라는 것이 낯선 미지의 세계가 아닌 우리 생활의 일부분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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